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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식용유 가격 400%, 당뇨약 642% 급등…이란 경제 ‘버티지만 괴롭다’

Hankyoreh ·
식용유 가격 400%, 당뇨약 642% 급등…이란 경제 ‘버티지만 괴롭다’

이란을 향한 미국의 ‘경제적 고립 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이란 경제는 화폐 가치 폭락과 소비재 품귀로 고통받고 있다. 이란 정부는 가내 수공업을 통한 자급자족까지 독려하는 등 버티기 태세에 들어갔다.

알자지라 방송·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란 리알화 가치는 25일(현지시각) 비공식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205만리알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가 26일 소폭 회복했다. 지난달 170만리알이던 리알-달러 환율은 한달 새 20% 뛰었다. 이란 중앙은행이 고시하는 공식 환율은 달러당 약 150만리알이지만, 무역과 생필품 거래는 대부분 비공식 시장 환율로 이뤄진다.

화폐가 휴짓조각이 되면서 이달 물가는 1년 전보다 88% 올랐다. 알자지라는 이란 가정에서 많이 쓰이는 고형 식용유 가격이 400%, 수입 쌀값은 211%, 분윳값은 93% 뛰었다고 보도했다. 당뇨병 환자의 생존에 필요한 인슐린 가격이 642% 오르는 등 약값도 급등한다. 알자지라는 “전쟁 전에는 200만리알(약 1달러)로 토마토 4㎏, 닭고기 0.5㎏, 식용류 1리터를 샀지만 지금은 그 반밖에 못산다”고 썼다.

반면 노동자 임금은 이만큼 오르지 않아 가계 구매력이 쪼그라든다. 현재 이란의 법정 월 최저임금은 1억6600만리알(82달러)다. 지난해 8월엔 최저임금 59%가 식비로 나갔지만, 이달엔 75%가 먹는 데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헤란에서 남편과 한살 아이를 키우는 35살 아프사네는 “맞벌이이지만 어린이집 하루 보육비가 500만리알까지 치솟아 감당이 안 된다”며 “전쟁 전엔 6개월 뒤 뭘 할지 생각하며 살았지만, 지금 우리집 유일한 걱정은 ‘월말까지 버티기’”라고 전했다.

환율·물가가 뛰는 건 이란의 ‘돈줄’인 석유 수출이 미국 제재로 막히면서다.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에 이어, 24일 발표한 경제적 고립 작전으로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은행까지 제재하기로 했다. 이란 중앙은행 총재 압돌나세르 헴마티는 지난 20일 재계 인사들과 만나 이란의 원유 수출이 “제로(0)로 떨어졌다”고 알렸다.

생필품·의약품 수요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도 제재에 취약하다. 골람레자 누리 이란 농업장관은 25일 이란의 한해 농산물 수출액은 80억달러(11조원)인 반면 수입은 160억달러(22조원)로 2배라고 밝혔다. 밀, 옥수수, 쌀 등 주곡의 수입 의존도가 특히 높다. 정부 대변인 파테메 모하제라니는 25일 국영방송에서 “향후 1년 동안 (경제)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빈곤율 통계는 최고국가안보회의 허락 없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란 지도부는 ‘힘들지만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모아둔 금과 달러로 제재를 우회해 생필품을 계속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헴마티 총재는 중앙은행이 “(미국이) 접근 못 할 곳에 현금을 비축해뒀다”며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과 미국 바람대로 (경제가) 붕괴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모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수장은 최근 국영방송에서 젊은이들을 향해 “경제에 뛰어들어 가정·지역사회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생산하라”로 촉구했다. 수입품이 부족하면 자급자족으로 버틴다는 얘기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때부터 미국 제재를 받으며 쌓은 제재 회피 ‘노하우’도 자신한다. 세예드 알리 마다니자데 이란 경제장관은 24일 “우리에겐 우리만의 수단이 있다. 우리는 이 게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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