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년 미국의 캐나다 침공…2026년 트럼프의 관세 침공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2일 미국의 보복 관세 부과에 대해 “공격을 받으면 전쟁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양국 간 무역협상 결렬 뒤 미국이 22일 0시부터 200억달러 규모의 자국산 수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상응한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트루스소셜에 “캐나다는 (미국의) 주가 되지 않으면서도 주가 되는 데 따른 혜택을 원한다”고 올렸다. 양국이 단순히 무역 문제 때문이 아니라 양국 관계를 둘러싼 근본적인 갈등으로 “전쟁” 상태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편집자
A.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집권 출범 직후 국경을 맞댄 캐나다와 멕시코에 먼저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캐나다가 순응하지 않자, 공격의 강도를 높여왔다.
트럼프는 2025년 2월1일 펜타닐 유입 및 국경 통제 미비를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수입품에 25% 비상관세를 부과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쥐스탱 트뤼도 당시 캐나다 내각이 즉각적인 상호관세 등 보복 전략을 밝히고, 주 정부들이 미국의 주류 제품 판매 중단을 시작해, 양국의 무역·관세 전쟁의 막이 올랐다.
트럼프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10% 보편관세 및 개별적 상호관세를 부과한 지난해 4월2일 ‘해방의 날’ 선언 전에 이미 캐나다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자동차 관련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8월에는 기존의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에 적용 안 되는 캐나다산 제품에 35%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대법원이 올해 2월 트럼프의 포괄적 관세 조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자, 트럼프는 7월20일 1930년 관세법의 338조를 발동했다. 이를 근거로 캐나다의 미국산 주류 규제 및 유제품 쿼터 등을 미국 기업 차별로 규정하고, 200억달러 규모 캐나다산 물품에 50% 표적 관세 부과에 서명했다. 양국은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지난 21일 결렬됐다.
트럼프는 24일에는 캐나다 자동차와 철강 관세가 내년 1월1일부터 50%로 오른다고 발표했다. 카니 총리 등을 겨냥해 “이 광대들이 말을 듣게 해야 한다”며 적국 지도자를 대하듯이 했다. 카니는 트럼프가 “우리의 주요 산업을 파괴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맞섰다.
A. 동맹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착취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이 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에 놓는 트럼프의 서반구 우선주의와 결합됐다. 이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언으로 노골화됐다.
서반구 우선주의는 지난해 12월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먼로주의에 대한 트럼프의 계론’이라는 명칭으로 구체화됐다. 유럽 제국들의 아메리카 대륙 개입을 차단하고 아메리카 대륙(서반구)이 미국의 세력권임을 천명한 1823년 제임스 먼로 당시 대통령의 ‘먼로 독트린’, 서반구에서 미국의 경찰권을 다시 자처한 1904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루스벨트 계론’의 승계이다.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서 미국의 패권을 다시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전부터 파나마 운하 및 그린란드의 미국령화도 주장했다.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매 단속을 명분으로 한 군사작전 및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납치를 위한 침공, 중남미 국가 선거에서 우파 진영 지원과 개입도 같은 맥락이다. 서반구 우선주의에서 캐나다는 가장 큰 목표물이다. 캐나다는 문화, 언어, 인종에서 미국과 유사하고, 자원이나 안보 등 전략적 가치도 압도적이다.
A. 그렇다. 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 카니는 22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다른 무역 협정을 맺을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려 했다”며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이룬 성과는 20개의 새로운 협정, 경제 및 안보 파트너십, 시장 접근을 두배로 늘릴 가능성인데, 미국은 그것을 제한하려 했다”고 말했다. 카니는 또 “그들이 제한하고자 했던 언어가 있는데,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가 향후 제3국과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 미국의 사전 동의나 거부권 보장, 캐나다의 공용어인 프랑스어 사용 제한을 압박했다. 캐나다 언론 보도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중국 등 일부 국가들에 물린 50% 고율 관세를 캐나다도 동일하게 부과하고, 캐나다의 기존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의 철강·알루미늄 수입에도 쿼터를 설정하도록 압박했다. 캐나다가 제3국과 맺는 통상을 제한하려는 것이다. 제품 포장에 프랑스어 병기 의무 및 프랑스어가 쓰이는 퀘벡주의 콘텐츠 제한 등 문화·언어 주권 침해도 포함됐다. 캐나다산 핵심 광물 수출에 대해 우선매수권도 요구했다.
카니는 “주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이비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총리 등 캐나다 정치권은 독자적 무역권을 포기하는 순간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경제 주’로 전락한다며 반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은 ‘트럼프 계론’에 담긴 내용인 “경쟁국들이 우리 서반구에서 군사력 등 여타 위협적 능력을 배치하거나, 전략적 중요 자산을 소유·통제하는 것을 불허할 것”, “적대적 외국 세력의 주요 자산 소유가 없는 서반구를 구축하고, 핵심 공급망 통제 및 전략적 요충지에 지속적 접근권을 확보”, “압도적인 미 군사 체계와 경제적 입지를 활용해 필요할 때 언제든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을 명시했다. 미국은 캐나다와의 이번 무역전쟁에서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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