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적 왕따 작전”…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2차 제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을 세계 경제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대규모 경제 압박 작전에 돌입했다. 핵심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금융기관까지 겨냥해 ‘2차 제재’를 확대하는 것이다. 다만 제재의 성패를 좌우할 중국 대형 은행이나 기업을 구체적인 제재 대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이란 리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4일(현지시각) 워싱턴 재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 이슬람공화국과 그 조력자들을 상대로 전례 없는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모든 자금줄을 끊어 “경제적 질식” 상태로 몰아넣겠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주부터 이번 조처를 ‘경제적 디데이’(D-Day)라고 예고해왔다.
미 재무부는 이란의 제재 회피와 수익 창출에 이용되는 디지털 자산과 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에 대한 2차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핵·미사일 기술 확보와 사이버 작전, 석유 수익 창출을 지원한 전 세계 약 60개 단체와 개인, 선박을 새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는 이란이 석유를 밀수하고 제재를 회피하는 데 사용해온 모든 거점과 중개자, 네트워크를 파악했다”며 “이란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선을 끊어 이란이 홀로 남을 때까지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이날 제3국에 곧바로 전면적인 2차 제재를 부과한 것은 아니다. 베선트 장관은 각국과 기업에 이란과의 거래를 끊을 ‘시정 기간’(cure period)을 주겠다면서도 “우리에겐 무한한 인내심이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주 안에 이란과 거래하는 한 대형 금융기관을 제재하겠다고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정상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란과의 특정 거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주 이란과 모든 무역·금융 거래를 중단한 아랍에미리트(UAE)의 결정을 두고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대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 은행도 제재할 것이냐는 질문에 베선트 장관은 “누구도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중국은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약 80~90%를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이 수십년간 중국과 러시아 등을 통해 미국 제재를 우회해온 만큼 실제 압박 효과는 미국이 중국 등 이란의 주요 교역국을 얼마나 동참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떠한 행위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손은 묶여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란 강경파인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위원도 미국의 새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의 행위를 사실상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중앙은행 총재 압돌나세르 헴마티는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미국이 “제재 측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모두 했다”며 이번 조처가 새로운 압박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 발발 이후 외화를 비축해왔다며 필수품과 의약품 수입에 필요한 외화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압박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날 비공식 외환시장에서 리알화는 달러당 202만리알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앙은행 공식 환율은 달러당 약 150만리알이지만 실제 거래에는 주로 시장 환율이 적용된다. 약 6개월간 이어진 전쟁과 미국의 해상 봉쇄까지 겹치면서 전쟁 이후 쌀 가격은 약 60%, 소고기 가격은 150% 이상 뛰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 국내총생산(GDP)이 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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