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누비며 30년간 세운 집, 쌓인 기억…서도호 대규모 회고전
여러 도시에서 살아온 작가의 기억이 하나의 건축으로 이어지고, 관람객은 그 안을 직접 걸으며 공간과 이동의 의미를 경험한다. 집과 이동, 기억과 정체성을 탐구해 온 한국현대미술 대표 작가 서도호(64)의 대규모 회고전 '서도호'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27일부터 열린다.
이번 전시는 초기작과 대표작, 최근작 등 500여 점을 아우르는 서도호의 최대 규모 개인전이다. 대학 시절 작품과 200여 점의 드로잉, 대형 설치작품 등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다.
서도호는 한국 수묵추상의 거장 서세옥의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예일대학교에서 조각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여러 지역을 오가며 살아온 그는 지난 30여년간 조각과 설치,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개인과 공동체, 집과 이동, 기억과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탐구해 왔다. 이주와 이동의 경험은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나 건축물이 아니다. 집은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관계, 기억이 축적되는 장소이자 이동과 함께 옮겨가는 삶의 흔적이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작업은 가족과 공동체, 이주와 사회,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장된다. 특정한 장소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인간이 어디에 속해 있으며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 묻는다.
유년기의 드로잉과 조각, 대학 졸업작품, 유학 전 설치작업 등 본격적인 작가 활동 이전의 작품과 기록을 모았다. 서도호 예술의 출발점을 확인할 수 있다.
'516호/516호-I/516호-II'는 서도호가 미국 유학 시절 거주했던 공간을 1:1 비율로 천에 재현한 최초의 천 작업이다.
실제 공간의 구조와 치수를 세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맞춤옷을 만들 듯 천으로 제작해 고정된 건축 공간을 이동 가능한 형태로 변환했다.
대표 연작 '러빙/러빙: 서울 집'은 작가가 떠나왔거나 사라질 장소의 표면을 한지에 밀착시키고 흑연과 색연필로 문질러 그 흔적을 기록한 작품이다. 제목은 표면을 문지르는 행위인 '러빙'(rubbing)과 장소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러빙'(loving)의 발음적 유사성에서 나왔다.
작품은 집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서 나아가 몸과 장소가 함께 축적한 시간과 기억을 촉각적으로 보여준다. 서도호는 이 작품을 아버지와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설명한다.
반투명한 천은 안과 밖,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이 겹쳐 보이게 한다. 관람객은 작품 안을 걸으며 자신의 이동하는 신체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한다.
전시와 연계해 오는 30일까지 실드로잉·청사진 기법 체험과 작가·예술제작자 협업 공개 토크 등 관람객 참여형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08/26 10:30 송고 2026년08월26일 10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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