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4년 만의 지방교육교부금 개편, 합리적 재정배분 계기 돼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가운데)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오른쪽),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으로 자동 배정하는 대신 경제 여건, 학령인구 변화 등을 반영해 교부금 규모를 산정키로 했다. 1972년 도입 이후 54년간 지속해온 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제가 폐지되는 것이다. 개편으로 현행 방식과 비교해 확보되는 재원은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에 적립해 영유아, 고등·평생교육 등에 활용한다고 한다.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학령인구가 계속 줄고, 초·중등 교육과 다른 교육 분야 간 불균형도 심화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개편 방향이라 할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21일 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교부금 개편을 포함한 ‘미래대응기금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앞으로 교부금은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간 연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곱한 산식으로 결정한다. 내국세의 20.79%를 기계적으로 초·중등 교육에 배정하던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친 것이다. 다만 교부금 총액이 전년도보다 줄어들 경우 국가가 차액을 보전키로 했다. 개편안 적용 시 내년 교부금은 78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 이상 늘지만, 개편 전 방식에 비해선 20조원가량 줄어든다. 방식 변경에 따른 차액은 영유아, 고등·평생교육 등에 재분배된다.
학생 수가 급증하고 학교가 턱없이 부족했던 경제개발기에 도입된 내국세 연동제는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재정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반세기 넘는 시간이 지나 한국의 경제 규모와 교육 환경이 크게 달라진 지금도 이 제도를 유지할 근거는 약하다. 최근 15년 새 학령인구는 30% 넘게 감소한 반면 교부금 규모는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 개편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부금 사용처가 초·중등 교육으로만 한정되다 보니, 기술사회로의 변화와 인구 고령화 속에 갈수록 필요가 커지는 대학이나 평생교육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 것도 문제점이었다. 한국의 초·중등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67% 높은 반면 고등교육은 31% 낮은 게 현실이다. 교부금을 내국세에 연동해 교육 수요와 무관하게 세수에 따라 교부금이 급증·급감하는 것도 합리적 재정 배분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학생이 줄어도 학교와 학급은 유지해야 하며 전기·냉난방비, 시설관리비도 학생 수에 비례해 줄지 않는다는 교육계 우려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변화율을 35%만 반영키로 한 것은 그런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 학생 맞춤형 교육 등 새로운 교육 수요가 되레 확대되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교부금 개편이 교육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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