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정부의 “LNG 확대”…메가발 ‘모순’
공기 짧은 SMR 상용화 안 됐고 재생에너지도 효율·용량 한계 전력량 늘리려 ‘화석연료’ 회귀 ‘퇴출’ 계획해놓고 이제 와 “불가피” 12차 전기본서 수정 가능성 시민사회 “기후 목표가 먼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 가동으로 대형 원자력발전소 19기 분량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자,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모두 공급 속도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결국 화석연료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던 정부의 기존 기후 목표와도 정면으로 배치돼 스스로 정책 딜레마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23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마련하기 위해선 LNG 발전 확대가 필수”라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12차 전력수급계획(전기본) 수립을 위해 구성한 총괄위원회는 지난 20일 공개토론회에서 2040년 연중 최대 전력을 기준 시나리오 158.4GW(기가와트), 상향 시나리오는 165.0GW로 내다봤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새로 반영했는데, 설비용량 1.4GW인 대형 원전 19기가 추가로 필요한 수준이다.
LNG 발전 확대가 필요하다는 근거로 업계는 먼저 재생에너지가 지닌 한계를 든다. 정부는 앞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100GW로 확대하고 2040년엔 200GW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전력망에 공급되는 용량은 45~50GW 수준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보통 태양광발전 효율은 20%, 풍력발전 효율은 30% 정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은 공개토론회에서 “정부 목표대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을 100GW로 늘리더라도 3대 메가프로젝트로 인한 추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반도체 팹(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전기가 공급돼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는 날씨 등의 변수가 많아 전적으로 의지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원자력발전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전격전’에 어울리지 않는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사진)은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 외에 전남광주 영광에 2기, 울산 울주에 2기 등 총 4기의 대형 원전을 더 지을 수 있다는 땅이 있다고 밝혔다. 12차 전기본에 이를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형 원전은 건설 부지가 확정된 시점에서 건설까지 최소 7~8년이 걸린다. SMR은 전체 건설 공기가 3~4년에 불과하고 대규모 냉각수가 필요 없어 내륙에 설치할 수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SMR은 분명 미래 먹거리이긴 하지만 실증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3대 메가프로젝트의 발전원으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 문제도 여전하다.
결국 정부는 LNG 개발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미 용인 반도체 국가 산업단지엔 LNG 발전소 3기를 짓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불가피하게 가스 발전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NG는 화석연료를 사용해 메탄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단점이 있다. 정부는 11차 전기본엔 2023년 27.5%인 LNG 발전 비중을 2038년 11.1%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바 있다. LNG도 화석연료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2040년까지 폐지할 예정인 석탄발전과 함께 사실상 퇴출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12차 전기본에서 이를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등은 기후부를 ‘에너지산업부’라고 비판한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는 “폭주하는 메가프로젝트의 전력 수요보다 기후 목표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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