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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단독] 2천억달러 이미 넘었는데…미, 사용후핵연료 4천톤 ‘파이로’ 투자 제안

Hankyoreh ·
[단독] 2천억달러 이미 넘었는데…미, 사용후핵연료 4천톤 ‘파이로’ 투자 제안

미국이 대미 투자 협상 과정에서 약 4천톤 분량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파이로프로세싱 사업 투자를 한국에 제안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원전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 참여만으로 이미 대미 투자 한도(2천억달러·약 272조원)를 초과한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 사업까지 내놓은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미국 쪽이 대미 투자 협상 과정에서 미국 내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대상으로 약 4천톤 규모의 파이로프로세싱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미국 쪽이 구체적인 투자 액수를 언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를 500도 안팎의 고온으로 녹인 용융염(액체 소금)을 사용해 ‘재처리’하는 기술이다. 원전 운용국의 골칫거리인 방사성폐기물의 부피와 독성 지속 기간을 줄여주지만, 재처리 과정에서 많은 방사성물질이 나오는 부작용이 있다. 현존 처리장은 모두 연구·실험실 규모로, 상용 처리장은 아직 없다. 국내에도 파이로프로세싱 실증 시설이 있지만 연간 처리 용량이 0.2톤에 불과하다.

정부는 기존 투자가 확정적인 사업만으로도 대미 투자 규모가 2천억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미국이 파이로프로세싱까지 제안하자 대미 투자 사업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우선 투자 사업으로 △대미 투자 1호 사업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223억달러)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원전 프로젝트 프레임워크(1200억달러) △알래스카 엘엔지 프로젝트(670억달러)를 고려하고 있는데 이미 총액이 2093억달러에 이른다. 정부는 미국과 전략적 투자 한도를 2천억달러로 합의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대미 투자 사업이 이미 2천억달러를 넘어서 이걸(파이로프로세싱 프로젝트) 추진할 수 있는지 다른 사업들과 우선순위를 따져봐야 한다. 이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파이로프로세싱 사업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다 미국의 사업 주도권 등을 고려할 때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파이로프로세싱 사업을 통해) 미국이 그동안 자국에서도 억제했던 (핵연료) 재처리를 재개하고, 거기에 우리를 참여시키는 형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비용이 문제”라며 “일본이 롯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을 건설하는 데만 20조원을 들였고 운영경비도 40년간 20조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 정책 전문가인 장정욱 마쓰야마대 명예교수는 “과거 한국이 미국과 10년 동안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를 했는데 당시 주된 실험은 다 미국에서 하고 결과를 비공개했다. 이번에도 그런 식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이 사업 투자를 해도 핵심 재처리 기술을 얻어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4천톤의 핵물질을 사후 재처리하는 (파이로프로세싱) 사업을 미국에서 요구하는 것 같다’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한-미 간 구체적 논의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미국이) 탄소 포집 사업에도 투자를 거론했느냐’는 취지의 윤 의원 질의에도 “양국 간 보안을 전제로 협의 중”이라며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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