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350㎜ 폭우…일 최고 수준 ‘레벨5 특별경보’ 발령
30일 새벽 5시30분 일본 기상청과 국토교통성은 기자회견을 열어 긴박한 모습으로 이렇게 당부했다. 이날 기상청은 일본 혼슈 중북부 후쿠이현 후쿠이시, 오노시, 가쓰야마시 등에 ‘레벨 5 폭우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이들 지역에선 오전 10시30분 현재 30만2610명 주민에게 긴급 안전 확보 명령이 발령됐다.
일본 기상청이 지난 5월 도입한 방재기상정보 가운데 가장 높은 단계로 ‘이미 재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고 생명을 위협이 임박한 재해’에 대비해 즉시 안전을 확보하라는 경보다. 기상청은 또 다른 지역에 추가 ‘레벨 5 폭우 특별경보’ 발령 가능성을 언급한 뒤 “경보 발령 이후 대피하면 이미 늦는다”며 “자신과 소중한 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금 즉시 신변 안전을 확보해 달라”고 밝혔다.
이날 낮 들어 비가 수그러들면서 경보는 ‘레벨 4’로 바뀌었지만, 여름 폭우가 잦은 일본에서도 이례적 규모의 비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24시간 강수량’이 후쿠이현 가쓰야마시 350.5㎜, 후쿠이시 미야마 318㎜, 사카이시 314㎜, 오노시 279.5㎜ 등으로 평년 8월 한달 강우량을 훌쩍 넘었다. 상당수 지역은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낙뢰와 돌풍을 동반한 폭우 영향으로 곳곳에 ‘레벨 4 범람위험 경보’, ‘레벨 4 토사 재해 위험 경보’도 발령됐다. 기상청은 다음날 아침까지 향후 24시간 동안 후쿠이현에서 최대 120㎜, 인근 이시카와현과 도야마현 등에서도 100㎜ 가까운 비가 내리는 지역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소규모 부상자가 발생한 것 외에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을 보면, 사카이시 일부 지역의 주택과 상업시설이 침수되고, 무너진 토사가 도로들을 덮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도로나 주차장에 침수된 차들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폭우는 태평양 쪽에서 형성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후쿠이현 쪽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발생했다. 기상청은 시간당 50~60㎜의 강한 비가 29일 밤부터 장시간 반복적으로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큰비를 뿌렸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선 올해 이례적인 폭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수도권 인근 지바현에서 기록적인 호우가 쏟아지면서 사망 13명, 실종 1명, 중상 2명 등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주택 300여채가 전파 혹은 반파되고, 수천여채가 침수 피해를 당했다. 당시에도 ‘레벨 5 폭우 특별경보’가 발령됐다. 지난 6월 가고시마·후쿠오카 지역, 7월 중순 도치기현에서도 심한 폭우가 발생해 재해구조법이 적용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극단적 폭우가 반복되는 데는 기후변화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기온이 1℃ 상승하면 대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7% 증가하는데, 앞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라 그만큼 여름 폭우의 강도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상청의 ‘일본 기후변동 2025’를 보면, 2015∼2024년 사이 일본에서 시간당 50㎜ 이상 폭우 발생 횟수는 1976∼1985년 때와 견줘 1.5배로 늘었다. 시간당 80㎜ 이상은 1.7배, 100㎜ 이상은 1.8배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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