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99년생 창업자 “시대의 물결 따라 창업…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다음을 본다”
지난 12일 베이징 화이러우구 청년인재창업기지의 스타트업 베이징코넥스테크놀러지(北京光锥交互) 사무실. 긴 머리카락과 인공피부를 씌워 여성 흉상 모습을 한 로봇에게 마이크를 통해서 말을 걸었다.
로봇은 3초가량 뜸을 들이다가 답했다. “생각 좀 해 볼게요. 오늘은 베이징 일기예보에 따르면 황색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홍색 폭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입니다. 기온은 27도, 습도는 80도… 그렇게 덥지는 않습니다. 밖에서 운동을 하면 안전에 주의하세요.”
답변은 40초 넘게 이어졌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AI)에 질문을 입력하면 답을 내놓는 것처럼, 로봇은 답변을 줄줄 읊었다. 말하는 동안 입술을 뗐다 붙였다 반복했으며 눈도 깜빡였다. 옷 색깔이나 휴대폰 기종 맞추기와 같은 다른 질문에도 답이 척척 나왔다. 다만 사람과 비교하면 입술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고 표정은 뻣뻣하게 느껴졌다.
로봇은 카메라 센서를 부착한 컴퓨터 모니터와 연결돼 있다. 로봇의 진짜 눈과 귀는 이 모니터다. 종이에 한자성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적어서 카메라에 비춘 뒤 읽어 보라고 했다. “르신여우르신.” “무슨 뜻이지?” “<대학>에 나오는 말로 ‘매일 자신을 새롭게 하라’는 뜻입니다. 끊임없이 진보하고 혁신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로봇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이 회사의 작품이다. 췌자화(阙嘉华·27) 베이징코넥스테크놀로지 공동 창립자 겸 부대표는 “우리는 로봇의 ‘두뇌’를 만드는 회사”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중국 최초의 로봇 음성 상호작용 플랫폼인 지크로스(GEEKROS)를 개발했다. 지크로스는 로봇이 음성 신호를 이해하고 이에 반응해서 인간에게 말로 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로봇의 귀와 두뇌의 언어중추에 해당한다. 중국 외교부는 올해 초 외신기자를 상대로 한 춘절 리셉션에서 지크로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소개했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핵심 기술은 신체, 두뇌, 소뇌로 나눌 수 있다. 소뇌는 운동을 제어하는 기술이며, 대뇌는 정보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로봇 신체를 만들기 위한 공급망은 중국에 일괄 구축돼 있다. 소뇌 기술도 최고 수준이다. 대뇌와 관련한 기술은 현재 미국이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다. 중국 스타트업들이 이 영역에서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2025년 8월 창립됐다. 베이징대와 중국과학원 대학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회사를 설립했다. 직원은 30여명이며 자본금은 500만위안(약10억5000만원)이다.
지크로스 개발로 음성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회사도 교육용 미니 로봇을 판매한다. 애니메이션 회사 등과 협업해 인기 만화 캐릭터의 모습을 하고 대화하는 로봇이나 장치도 판매할 계획이다. 회사는 나아가 한 단계 더 큰 야심을 품고 있다. 사람과 똑같이 생긴 ‘생체 모방형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과 똑같아야 해요. 사람처럼 판단하고, 반응해야 해요. (사람의 느낌을 낼 수 있는) 탄소섬유 피부 재질을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다. “피부랑 기기를 결합시키는 것이 어려워요. 사람의 표정은 엄청 다양한데 매칭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췌 부대표에 따르면 현재 이 회사의 로봇은 사람 표정의 64.7%를 구현할 수 있다. 그는 현재 유사도가 더 높은 시제품을 개발 중이라며 “이 기술은 우리 회사가 중국에서 톱클래스”라고 소개했다. 창업 전 3~4년 동안 기술 개발에 매진했으며 대부분 기술적 진전이 막판 1년 동안 이뤄졌다.
“기술은 0에서 1까지 가는 것이 어렵고, 1~99까지 가는 것은 훨씬 쉽습니다.” 이미 기술적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에 다음은 시간 문제라는 자신감이 전해졌다.
사람 생체모방형 로봇은 기술적으로 어렵다. 윤리적 논란도 따른다. 팔다리가 있고 두 발로 걸어다니는 모습만 사람을 흉내낸 꼬마 로봇이 날씨에 답하고 한자성어를 읽어주면 “귀엽고 놀랍다”고 반응하지만, 피부를 씌운 로봇의 대답은 어색하고 경우에 따라 무섭다는 느낌도 준다. 개발 단계에서 ‘불쾌한 골짜기(로봇이 어설프게 인간을 닮아 불쾌함을 자아내는 것)’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10년 뒤에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바뀌어 있지 않을까요. 인류 사회 전체 스케일에서 변화가 일어날 거에요. 인류가 어디로 갈지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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