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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트럼프 정부 ‘75개국 비자 중단’ 제동···“차별금지 원칙 위반”

Kyunghyang Shinmun ·
미 법원, 트럼프 정부 ‘75개국 비자 중단’ 제동···“차별금지 원칙 위반”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에서 열린 NTT 인디카 시리즈 결승전을 관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1월부터 시행해온 75개국 대상 비자 발급 중단 조치에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특정 국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일괄 제한하는 것은 연방 이민법의 차별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정부에 비자 심사를 재개하라고 명령했다.

로이터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23일(현지시간) 뉴욕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75개국 비자 발급 중단 조치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해당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 정부의 복지에 의존하는 이른바 ‘공공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을 무기한 중단했다. 대상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동유럽,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이 다수 포함됐다. 관광과 유학 등을 위한 비이민 비자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판결을 내린 재닛 바르가스 뉴욕 연방법원 판사는 소득이나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75개국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비자 발급을 제한한 것은 연방 이민법의 차별 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또 정부의 조치가 의회가 영사관에 부여한 비자 심사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한다고 지적했다. 바르가스 판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주 티후아나 사이에 있는 샌 이시드로 국제 국경 검문소에서 사람들이 미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소송은 비자 발급이 거부된 가족을 둔 6명과 미국 취업을 위해 비자를 신청한 5명 등 개인 11명과 비영리단체 2곳이 제기했다. 원고 측인 아프리카 공동체 연합은 판결을 환영하며 “비자 발급 여부에 관한 결정은 개인별로 이뤄져야 한다”며 “특정 국가에 대한 고정관념에 근거한 판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민자를 ‘공공 부담’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강화했다. 미 국무부는 75개국 출신 이민자 가구의 30%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공공 지원을 받고 있다는 미 경제자문위원회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아마하 카사 아프리카 공동체 연합 사무총장은 “국가별 통계를 근거로 모든 신청자를 일괄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라고 반박하며 “해당 비자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가 가족 재결합”이라고 강조했다.

75개국 출신 이민자는 미국 전체 이민 비자의 약 40~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비자 발급 중단이 1년간 지속할 경우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이민자의 거의 절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합법 이민과 입국을 제한하는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가 주방위군 병사 2명에게 총격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이후에는 입국 제한 대상국을 39개국으로 확대했다. 이 가운데 24개국은 75개국 비자 발급 중단 대상에도 포함됐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판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신청자에 대한 최고 수준의 심사 및 검증 기준을 유지함으로써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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