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돈줄’ 조이기…중국 자극에 유가 상승 딜레마 부딪혀
미국과 이란의 ‘60일 종전 협상’이 17일(현지시각) 성과 없이 끝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적 확전 대신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고강도 추가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자인 중국의 정유사와 금융기관까지 압박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미-중 갈등과 유가 상승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이란을 경제적으로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밝혔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르면 이번주 이란을 상대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의 조처를 내놓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미국과 이란이 6월17일 체결한 양해각서상 협상 시한 만료를 앞두고 교착을 풀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엄포다.
추가 제재의 핵심은 이란의 최대 ‘돈줄’인 원유 수출을 더 틀어막는 것이다. 우선 중국의 민간(독립) 중소 정유사들인 이른바 ‘티팟’(찻주전자) 정유사들이 표적으로 거론된다. 중국은 2025년 기준 이란이 선박으로 수출한 원유의 80% 이상을 사들이고 있으며, 민간 정유사들이 이 가운데 상당 물량을 소화한다. 하지만 소규모 티팟 정유사는 미국 금융시스템과의 연결이 적어 개별 업체를 제재하는 것만으로는 거래를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원유를 사들이는 정유사뿐 아니라 거래대금이 오가는 중국 금융망으로 압박을 넓히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 재무부는 이란 원유대금 처리 등에 관여한 중국·홍콩의 중소 기관을 이미 제재했고, 중국 대형 은행 2곳에도 이란 자금이 이들의 시스템을 거칠 경우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유대금의 결제·송금 통로를 막아 이란산 원유 거래 전반을 위축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란의 우회 교역망을 촘촘히 차단하는 방안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환전업체를 제재해 이란이 원유 판매로 받은 위안화 등을 다른 통화로 바꾸지 못하게 하고, ‘그림자 원유 선단’과 항공 물류망을 추가로 압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금융범죄·제재 전문 컨설팅업체 옵시디언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브렛 에릭슨 대표는 이란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원유대금 거래 등을 중개하는 새로운 법인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며, 개별 업체를 쫓아 제재하는 방식은 ‘두더지 잡기’에 그쳐 지금까지 이란의 행동을 실질적으로 바꾸지 못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이라크·튀르키예·파키스탄 등 주변국의 협조를 받아 육상 교역로까지 봉쇄하는 방안도 미국·이스라엘 일각에서 거론된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상품에 추가 관세를 매기는 ‘2차 관세’ 역시 선택지지만, 관련 권한을 담은 법안은 아직 미 하원 통과가 남아 있다.
문제는 이란을 실질적으로 압박할수록 미국이 감수해야 할 비용도 커진다는 점이다. 중국 대형 은행을 제재하면 연내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관계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 제한으로 맞설 가능성도 있다.
이란산 원유 공급이 크게 줄 경우 국제유가가 다시 뛰는 것도 부담이다. 결국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란에 타격을 줄 만큼 제재를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충돌과 미국 내 에너지 가격 상승은 피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크리스 케네디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문제보다 이란 문제를 우선하지 않는 한 추가 제재가 이란의 태도를 실질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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