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3.0] 다문화 넘어 '상호문화'로…안산 고려인 아이들 품는 대안학교
(안산=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뗏골마을은 고려인 약 7천 명이 모여 사는 국내 최대 고려인 밀집 지역이다. 안산 전체로는 110여 개 나라에서 온 이주민 10만여 명이 살아 '대한민국 이민 사회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이곳에서 이주민의 정착을 돕는 단체가 이주민시민연대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인도 등 12개 나라에서 온 2천60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혁수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출신 국가, 문화, 인종, 종교적 배경이 서로 다른 이주민들이 정치, 경제, 교육적으로 균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아프리카, 필리핀 등에서 현지인을 돕는 봉사단체에서 일했다. 귀국 후 국내 이주민에게도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조합을 꾸렸다.
조합은 건강보험 가입, 비자 연장, 체불임금 등 이주민이 겪는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한국어 교실, 이력서 쓰기, 일자리 알선도 돕는다.
최 대표는 "이주민이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이웃의 의무를 다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환경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운영하는 자이언 국제 상호문화 대안학교는 러시아어로도 자녀를 가르치고 싶다는 조합원들의 소망에서 출발해 2018년 초등 과정으로 문을 열었다.
2006년부터 재외동포 비자를 받은 고려인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녔지만, 영주권을 얻은 사람은 많지 않다. 소득 기준 등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러시아권 학급과 영어권 학급으로 나뉘며 오전에는 수준별 한국어, 오후에는 러시아어나 영어로 각 과목을 배운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 12개 나라에서 온 학생 190여 명이 다닌다.
이곳 수업은 본국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교사만 맡는다. 이주 배경 학생이 많은 공립학교에서는 한국인 교사의 수업을 이중언어 교사가 통역하며 돕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곳에서는 이중언어 교사가 직접 수업을 맡는다. 그는 이런 방식이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열려 있고 방학에도 똑같이 운영된다. 셔틀버스로 등하교를 돕고 점심·저녁 급식은 무료로 제공하며, 방과 후 교실과 공동육아 돌봄의 집도 운영한다.
교직원들은 부모 대신 병원이나 학교 상담에 아이와 동행하기도 한다. 학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40%에 이르지만 후원금과 기부금으로 버틴다.
"다문화는 '우리나라에 왔으니 우리나라에 따르라'는 거예요. 다문화센터라고 해놓고는 한국 문화만 가르치죠. 상호문화는 '너희 문화와 합쳐서 더 좋은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거고요."
고려인 아이들에게는 공교육 진입부터 쉽지 않다. 초등학교 입학은 교장의 재량에 달려 있어 외국인등록증만 있으면 받아주는 학교가 있지만, 예방접종증명서부터 재학증명서까지 본국에서 발급받아 내야 하는 학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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