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힘들면, 대통령처럼”…'집주인 대출' 매물 두달새 17배 늘었다
집주인이 매수인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빌려주는 이른바 '집주인 대출' 매물이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각 과정에서 이 같은 거래 방식이 알려진 이후 비슷한 조건을 내건 매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이데일리에 따르면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콕집이 집계한 전국 '주인대출' 매물은 총 265건, 122개 단지로 나타났다. 지난 7월 24일 기준 전국 주인대출 매물은 16건에 불과했다. 약 두 달 만에 265건으로 늘면서 16.6배 증가한 셈이다. 주인대출은 매수인이 은행에서 필요한 자금을 모두 마련하지 못할 경우 매도인이 매매대금 일부를 나중에 받기로 하고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매수인은 약정한 시점에 원금과 이자를 갚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를 '셀러 파이낸싱'이라고 부른다. 이 같은 거래 방식이 알려진 계기는 이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매각이었다. 이 대통령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를 29억원에 매각하면서 매수인이 지급하지 않은 잔금과 관련해 약 17억7700만원 규모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매수인의 사정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후 주인대출 매물이 크게 늘었다.
265건의 평균 호가는 29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격대별로는 20억~30억원 미만이 76건(28.7%)으로 가장 많았으며, 30억~50억원 미만 53건(20.0%), 50억원 이상 39건(14.7%) 등이었다.
20억원 이상 매물이 168건으로 전체의 63.4%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87건(70.6%)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 71건(26.8%), 인천 3건(1.1%)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와 송파구가 각각 36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동구 24건, 서초구 21건, 마포구 15건 순이었다. 경기에서는 성남시 분당구가 19건, 과천시가 12건으로 집계됐다. 매도인 금융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다만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이 사실상 대출을 제공하는 만큼 제도권 밖의 사적 주택금융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기존 부채 등을 토대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만 개인 간 거래에는 이 같은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는 이데일리에 “부동산 대출에서 매도자가 대출을 해주는 거래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며 과거 공장 부지 거래에서는 매도자가 대출을 해주는 사례가 있었다”며 “다만 이러한 거래 행태가 주택 시장에서 나타난 것은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 대출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사인 간 거래는 제도권 밖에 있는 만큼 이자를 부당하게 받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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