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제재에 ‘유감’만 표명한 일 정부에 ‘지나친 저자세’ 비판···EU “단호히 ICC 지지”
아카네 도모코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2024년 6월 14일 일본 도쿄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인인 국제형사재판소(ICC) 아카네 도모코 소장 등을 제재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유감’ 표명에 그치자 국제인권단체와 일본 언론 등에서 ‘지나친 저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과 유럽 주요국 등은 미국의 제재에 반발하면서 ICC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교도통신은 미국의 제재에 대해 “인권과 법치를 중시하는 국가와 국제기구에서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고 저자세였다고 20일 보도했다. 도쿄신문도 이날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반응이 ‘미온적’이라면서 ICC 지지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19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아카네 소장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을 포함한 관계국들과 의사소통을 계속해가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도 “일본은 ICC를 일관되게 지지해왔다”면서도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원론적인 성명을 내는 데 그쳤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소극적 대응을 보인 것에 대해 국제인권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이 “자국민인 ICC 소장에게 제재가 가해졌는데도 (일본 정부는) 상당히 저자세다”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오픈대의 세르게이 바실리예프 국제법 교수는 “일본이 그(아카네 소장)를 옹호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스튜어트 패트릭 선임연구원은 아사히신문에 “일본 정부의 반응은 절제된 표현에 그치고 있다”며 “동맹국(미국)에 의한 이 같은 노골적 압력에 대해 더 명확히 반대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의 주일미군 기지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탑승해 주일미군의 환영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과 달리 EU와 유럽 주요국 등은 ICC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9일(현지시간) 공동성명에서 “ICC는 세계에서 가장 끔찍한 범죄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정의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런 중요한 일을 하려면 외부 압력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CC 본부가 있는 네덜란드의 톰 베렌드선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미국의 제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ICC가 자유롭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카네 소장을 만나 지속적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과 독일, 영국 등도 미국의 제재에 반대를 표시하고, ICC의 독립성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유엔은 미 행정부의 제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은 ICC를 국제 형사사법의 중요한 기둥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제재 철회를 요구하면서 각국에 “보복 표적이 된 재판소 관계자들을 보호해달라”고 촉구했다.
미 행정부는 18일(현지시간) 관할권에 동의하지 않은 미국, 이스라엘 등 국가의 “당국자들을 조사, 체포, 구금 또는 기소하려는 ICC의 노력에 직접 관여해왔다”며 아카네 소장과 압둘라예 세예 수석 공판 법률가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해 2월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문제 삼아 ICC 인사들을 잇따라 제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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