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셀프조사로 사업성과 뻥튀기 된 51억짜리 ‘섬닥터’···근거 따진 민원인 신상 찾은 해수부
정부가 올해 51억원 규모 국가재정사업으로 키운 비대면 진료 ‘섬닥터’의 성과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타당성을 입증할 외부 의료 전문가 검증은 없었고, 만족도 조사는 사업 수행 업체가 대면으로 진행한 사실상 ‘셀프 평가’였다. 이 같은 평가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 현직 의사는 담당 부처로부터 “민원이 과하다”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가 찾아봤다” 등의 압박성 발언을 들었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섬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며 해양수산부가 2024년 시작한 ‘섬닥터’ 성과 중 상당 부분에서 오류가 확인됐다. 해수부는 수치가 틀렸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이를 사업 확대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섬닥터는 무인 단말기(키오스크) 장비로 섬 주민이 육지 의사에게 화상 진료를 받고, 처방된 약을 택배 등으로 배송받는 사업이다. 2024년 2억8000만원, 2025년 3억5000만원 수준이던 사업비는 올해 51억2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4배 넘게 뛰었다. 민간 협력기금 중심으로 운영되던 시범사업이 국비(28억7700만원)와 지방비(11억2500만원)를 합쳐 40억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재정사업으로 커진 것이다. 그 명분은 2024~2025년 실적과 만족도를 담은 평가보고서였다.
“우예 쓰는지는 우리도 모리고, 지난주엔가 회관에 설치하고 갔다. 저기 벌써 두 번째다. 할매들 안 쓴다 캐도 공짜라고 주고 가삐는데 우얄끼고.” 지난달 23일 경남 남해군 상주면 노도. 마을 반장 김창남씨가 회관 한쪽에 덩그러니 놓인 기계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커다란 모니터와 카메라가 달린 전형적인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영어로 ‘떼어내세요’...
해수부가 지난달 31일 경향신문에 공개한 9쪽짜리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191개 섬에서 주민 1947명이 섬닥터를 이용해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또 주민 776명은 스스로 다시 진료를 받았다. 해당 보고서에 담긴 만족도 9.1점과 재이용 의향(99.1%)은 섬닥터의 대표 성과로 다수 언론에 소개됐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수치 재검증을 요청하면서 해당 성과들은 줄줄이 뒤집혔다. 해수부가 재산출해 전달한 ‘운영 질의 답변서’를 보면, 지난해 실제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는 1630명이었다. 기존 보고서보다 317명(16.3%) 적다. 재진 776명은 주민 수가 아닌 초진과 재진을 합친 진료 ‘776건’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두 차례 이상 비대면 진료를 받은 주민은 242명에 그쳤다. 이를 ‘진료 인원 기준’으로 따지면 실제 재이용자 비율은 14.8%다.
회원등록 실적도 부풀려졌다. 해수부가 지난달 함께 전달한 운영 현황표에는 2025년 회원 등록이 2315건으로 적혀 있다. 같은 표의 진료 완료 건수와 일치한다. 등록한 주민이 한 명도 빠짐없이 비대면 진료를 받았거나 등록 실적과 진료 실적이 정확히 같은 우연이 발생한 셈이다. 실상은 달랐다. 2025년 실제 등록자는 1454명으로, 표에 적힌 숫자보다 861명 적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장 방문 당시 작성·보고된 엑셀 파일 내역을 통계 자료로 활용하면서 총진료 건수 중심으로 집계했다”고 설명했다. 즉, 진료 건수를 회원 등록 건수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는 얘기다.
해수부는 2024년 지표 역시 대폭 수정했다. 평가보고서가 제시한 재진율 13.7%는 “분모 산정 오류”라며 10.3%로, 재진 172건은 182건으로, 대상자 1298명은 1295명으로 각각 정정했다.
없다던 자료는 취재가 이어지자 나타났다. 애초 해수부가 전달한 운영 현황표에는 2024년 회원등록, 처방, 약 배송 실적이 모두 ‘현재 자료 부존재’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거듭 확인을 요청하자 해수부는 당시 사업자 시스템을 조회한 결과 2024년 등록자는 1718명이라고 밝혔다.
초진, 재진 환자가 각각 몇 명인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평가보고서에 2024년 재진율이 13.7%로 제시돼 있다는 점이다. 개인별 재이용 여부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재진율이 계산될 수 있느냐고 묻자 해수부는 “사업자가 현장 방문 시 등록·진료한 환자 수를 초진으로, 방문일 외에 발생한 진료 건수를 재진으로 집계했다”고 답했다. 즉 환자 개인의 진료 이력이 아닌, 사업자가 섬에 방문한 날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초진과 재진을 나눈 것이다. 이렇게 산출한 13.7%는 이듬해 54%와 같은 지표처럼 비교돼 ‘재진율 약 4배 증가’의 근거로 쓰였다.
이 같은 무더기 수치 오류가 사업 성과로 굳어진 배경에는 해수부의 검증 부재가 있었다. 섬닥터의 실적과 만족도를 집계·조사한 곳은 사업을 발주하거나 운영한 기관들이다.
설문 문항을 설계하고 결과를 분석한 곳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현장에서 주민에게 질문하고 응답을 입력한 곳은 섬에 장비를 설치하고 비대면 진료를 연결한 운영업체 메라키플레이스다. KMI는 2024년 2월 ‘비대면 진료 섬닥터 시범사업’ 입찰공고를 내고 사업자를 선정한 발주처다. 실적을 집계하고 만족도를 조사한 곳들이 모두 사업 추진체계 안에 있었다.
해수부는 두 기관이 집계·분석한 결과를 받았을 뿐, 원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검증 자체를 할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발주처가 설계하고 분석한 자료의 객관성이 담보되느냐는 질문에 해수부 관계자는 “KMI가 결과를 부풀리거나 굳이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조사 방식은 독립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해수부에 따르면 만족도 조사는 메라키플레이스 직원이 현장에서 주민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태블릿이나 노트북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별도의 조사 기간도 두지 않았다. 해수부는 “2024년과 2025년 모두 사업 기간 내 사업자 및 감독기관의 현장 방문 시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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