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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김구 일생 추적한 중 작가 “7000리 여정 좇다 보니 우정과 인류애 보여”

Kyunghyang Shinmun ·
30년 동안 김구 일생 추적한 중 작가 “7000리 여정 좇다 보니 우정과 인류애 보여”

장신커 작가가 26일 난징이공대 예술관 집무실에서 답사 기록지를 펼쳐보이며 김구 일대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 <철어>를 소개하고 있다. /박은하 기자

오는 29일은 김구 탄생 150주년이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제43차 총회를 거쳐 올해를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해’로 지정했다. 제국주의에 저항하면서도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문화의 힘을 강조한 김구 선생의 사상이 세계적으로 기릴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의 기념해 선정 제안에 중국, 태국, 베트남과 아프리카의 카메룬, 나미비아, 말리위, 잠비아, 코트디부아르가 찬성했다.

중국에서 ‘한국의 독립운동가’ 김구를 알리려 애쓴 인물이 있다. 작가 장신커(張新科·60)는 지난해 8월 김구를 모티브로 한 장편소설 <철어(鐵語)>를 출간했다. 1932년 4월 윤봉길의 훙커우공원(현 루쉰공원) 의거 이후 김구가 상하이를 떠나 충칭에 정착해 광복을 맞기까지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백범일지> 2부 내용에 해당한다. 소설 분량은 600페이지, 53만자이며 집필에만 8년, 자료 조사부터 거의 30년이 걸렸다.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헌정 작품으로 출간돼 현재까지 약 2만부가 팔렸다.

지난 26일 난징이공대 예술관에서 만난 장 작가는 “김구 선생의 여전 7000리를 좇다 보니 그의 평화사상과 중국인들의 우정에 감명받았다”며 “한·중 양국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중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당대>, <시월> <종산> 등 여러 편의 첩보 소설을 써 왔다. ‘철의 언어’란 뜻의 제목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말을 의미한다.

장 작가는 1990년대 독일 함부르크 유학 시절 한국 유학생 친구들을 통해 김구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술자리에서 한국 친구들이 “김구를 아느냐”고 물어서 “김일성은 안다”고 답했다. “김일성 말고 한국의 김구” “김구도 모르느냐”는 답이 되돌아왔다. 한·중 수교가 1992년에 이뤄진 만큼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장 작가는 독일 도서관에서 김구에 대해 찾아봤다. 그는 “김구의 항일 활동이 이전까지 일본을 두려워하던 중국인들의 항일의지를 자극했고, 중국 정부와 인민들 역시 일본의 표적이 된 임시정부를 적극 보호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조사하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말했다.

장 작가는 1999년 중국으로 돌아온 뒤 중국어판 <백범일지>를 읽는 등 자료 조사를 계속했다. 200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답사에 나섰다. 상하이, 자싱, 항저우, 전장, 난징, 우한, 창샤, 광저우, 류저우, 치장, 충칭 등 11개 도시를 답사했다. 김구와 임시정부가 일본군 추격을 피해 거쳐 간 도시들이다. 김구는 한 도시에서 2~3차례 거처를 옮기기도 했는데 이를 빠짐없이 훑었고, 김구를 도운 현지 사람들의 집과 김구가 독립운동계 내분으로 총탄을 맞아 입원했던 병원, 다녔던 시장 등도 찾아갔다.

그는 2008년부터 서울, 부산 등을 방문하고 한국 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자료를 검증했다. 본격적 집필은 2017년 시작했다. 약 20년 동안 답사비에만 총80만위안이 들었다. 모두 자비로 지불한 것이다.

장 작가는 “김구의 7000리 흔적을 좇다 보니 ‘우정’과 ‘인간애’가 보였다”며 “꼭 소설로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구가 윤봉길의 상하이 의거 직후 피신했던 자싱에만 10번 넘게 갔다. 당시 김구의 목에 60만원의 현상금이 걸렸다. 당시 일반 노동자 월급이 30원이었다. 그는 “장제스의 국민정부가 임시정부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 때는 중·일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라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인들이 임시정부를 후원했으며 거액의 현상금을 알면서도 한 명도 배신하지 않았다”고 했다.

저장성 자싱에서 임시정부 요인들과 임시정부를 후원하던 지역 부호 주푸정 일가가 함께 찍은 사진.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인물이 김구이며 맨 오른쪽 인물이 추푸청의 아들 추펑장. /장신커 제공

정체를 숨기기 위해 김구와 여성 뱃사공이 부부 행세를 한 일, 현지 경찰에 들통날 뻔하자 임시정부를 후원하던 지역 부호 추푸청이 뇌물까지 줘 가며 무마한 일 등이 자싱 시기의 일들이다. 장 작가는 상하이의 한 노인에게서 ‘윤봉길의 의거 이후 조선인이 국숫집에 가면 일반 국수를 시켜도 면 아래 쇠고기를 깔아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자료 조사 과정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로 꼽았다. 임시정부 인사들 역시 일본군 추격에서 비교적 안전했던 류저우 등지에서는 전통 명절이면 한복 소개 등 문화 행사를 하면서 현지인들을 초청하고 어울렸다. 소설에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이 반영돼 있다.

장 작가는 “당대 중국인들이 김구의 불굴의 항일정신에 감명받았다”며 “임시정부 역시 중국 정부와 현지인들의 적극적 지원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경험이 김구의 문화를 강조하는 사상의 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추측도 전했다. 그는 “중국 국민당 기관지 <중앙일보>와 공산당 기관지 <신화일보> 모두 임시정부를 항일 운동의 동지로 생각하고 김구를 높이 평가하며 중요하게 다뤘다”고 말했다.

장 작가는 <철어>가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고 했다. 14개 성의 서예가협회 대표들이 그에게 축전을 보내 줬다. 서예 축전은 중국 예술가들 사이에서 작품에 경의를 표하는 한 방식이다. 그는 “2005년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중국인 99%가 김구를 몰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올해는 탄생 150주년을 맞아 김구의 중국 내 행적을 한국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고 했다. 다음 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여는 학술대회에도 참여한다. 그는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으로도 만들어져 김구의 평화 사상이 오래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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