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메모리 공급부족 2030년 말까지”…미국 추가 투자도 열어둬
곽노정 에스케이(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30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현지 전공정 생산시설 투자를 요구하는 가운데 미국 내 추가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구체적인 후보지를 추렸거나 확정된 투자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곽 사장은 27일(현지시각)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의미 있는 다운턴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공급 부족 상황이 2030년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30년 이후 메모리 업황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곽 사장은 “다음번 다운턴은 과거의 다운턴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메모리는 제조업체들이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범용 상품 성격이 강해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려웠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인공지능 메모리는 고객사와 제품 개발 초기부터 협업하는 맞춤형 제품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고대역폭메모리의 경우 고객 시스템에서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과 훨씬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시장 수요를 과거보다 일찍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다운턴이 오더라도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기보다는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정체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2030년 이후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내 추가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국 투자 후보지를 이미 추렸느냐는 질문에 곽 사장은 “숏리스트(유력 후보지)는 없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밝힌 해외 투자 원칙을 거론하며 “한국 밖에 투자할 경우 용수와 전력, 인력, 보조금 등 충분한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그런 조건을 갖춘 곳이라면 어디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웨이퍼를 생산하는 전공정 시설의 미국 내 투자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흐름과 관련해 곽 사장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세계 어느 곳이든 그 지역이 새로운 사업 기회와 고객과의 협력 기회를 제공한다면 열려 있다”며 “조건이 충족된다면 오늘과 같은 좋은 소식을 미국 인공지능 산업에 다시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솔리다임 기업공개(IPO)와 키오시아 지분 활용 등 다른 사업 현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 사장은 솔리다임 기업공개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지속적으로 논의·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오시아 지분 활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일본 낸드플래시 산업의 발전과 현지 산업·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설립한 인공지능 법인을 통한 스타트업 투자 구상도 소개했다. 곽 사장은 “차세대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중요한 스타트업이나 기업에 투자하는 일종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의 기존 메모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과 기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곽 사장은 특히 HBM4부터 베이스 다이에 로직 회로가 들어가는 것을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결합의 첫 신호”라고 평가했다. 향후 고객 수요에 따라 메모리와 로직, 첨단 패키징, 더 나아가 인공지능 시스템 간 융합과 공동 개발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신호 처리(DSP)와 네트워크, 인터커넥트 등 기존 메모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 분야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투자 후보군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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