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청소년 SNS 중독’ 25조원 지급 합의…1일 2시간만 이용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운영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이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을 유발했다며 미국의 주정부들이 제기한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최대 180억달러(약 25조원)를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그간 에스엔에스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부정해왔던 소셜미디어 업계에서 처음으로 플랫폼의 유해성을 사실상 인정하고 대규모 배상에 나선 것이다. 에스엔에스 이용 시간 제한 등 청소년 보호 조치도 강화한다. 이번 합의가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규제를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에 제출된 합의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메타는 우선 121억9천만달러를 합의안에 서명한 주들의 인구수에 비례해 10년간 매년 분할 지급할 예정이다. 합의 대상에는 미국 48개 주와 수도 워싱턴, 미국령 3곳(푸에르토리코, 아메리칸사모아, 북마리아나 제도)이 포함됐다. 올해 초 유사한 독자 소송에서 승소한 뉴멕시코주와 이번 합의안을 거부한 플로리다주는 제외됐다. 제임스 우트마이어 플로리다주 법무장관(공화당)은 “메타의 이윤 추구형 중독성 기능이 아이들에게 끼친 심각한 피해에 비하면 이번 배상금은 푼돈에 불과하다”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메타가 180억달러 전액을 무조건 지급하는 구조는 아니다. 알파벳의 유튜브와 틱톡 등 경쟁 플랫폼이 메타와 동일한 수준의 운영 방식 제한을 수용하고 합의금 지급에 동의할 경우, 주정부에 지급하는 금액이 171억달러로 늘어난다. 여기에 기타 개인정보 침해 관련 소송 합의금 및 변호사 비용 등을 더해 전체 규모가 180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이는 2010년 멕시코만 딥워터 호라이즌 원유 유출 사고 당시 환경 피해 복원을 위해 합의된 배상금(187억달러)과 맞먹는 수준이다.
메타는 이번 합의를 통해 18살 미만 이용자의 에스엔에스 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알고리즘도 중독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바꾸기로 했다. 18살 미만 이용자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합해 하루 2시간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되고,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야간 접속 차단이 실행된다. 유튜브, 틱톡 등 경쟁사가 동참할 경우 일일 제한 시간은 1시간으로 줄어들고, 야간 접속 차단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로 확대된다. 이는 메타 단독으로 과도한 불이익을 받는 것을 피하고 업계 전체의 동참을 압박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학기 중에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교 모드’가 적용돼 개인 간 메시지를 제외한 알림이 비활성화된다. 특히 청소년 계정은 인공지능(AI)이 끊임없이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배제하고 자신이 팔로우한 계정의 게시물만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비개인화 피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청소년 이용자는 자기 게시물이나 타인의 게시물에 달린 ‘좋아요’ 등 반응 수를 볼 수 없으며, 성형수술이나 화장을 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사진 필터를 사용하는 것도 차단된다. 청소년 계정은 기본적으로 비공개 처리되며 낯선 성인이 청소년을 찾거나 연락할 수 없도록 막는 조치도 시행된다.
메카가 이번 합의에 나선 데는 2023년 메타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한 29개 주 정부의 거센 압박과 재판 장기화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타와의 소송을 주도한 캘리포니아주의 롭 본타 법무장관도 이 재판이 합의협상에 “탄력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노라 프리먼 엥스트롬 스탠퍼드대 법대 교수는 “메타는 불길한 징조를 보고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절대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메타의 법적 공방은 아직 끝나진 않았다. 여전히 개인과 교육청 등으로부터 수많은 소송에 직면해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합의가 그동안 규제 당국의 감시를 대체로 피해왔던 소셜미디어 업계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소셜미디어 규제 효과를 거두려면 다른 거대 플랫폼들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10대의 유튜브 이용률은 92%, 틱톡은 68%에 달해 인스타그램(63%)과 페이스북(31%)을 압도한다. 유튜브와 틱톡은 메타와 달리 여러 주정부로부터 대규모 연합 소송을 당하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 이번 제안에 동의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원 합의서에 명시된 규제 적용 범위도 미국 내 참여 주들로 한정돼 있어, 한국을 비롯한 미국 외 국가의 청소년들에게도 동일한 보호 조치가 적용될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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