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상위 5% 우등생, 꼬여버린 대학 진학의 꿈
▶ 글 싣는 순서 ①"저 죽으면 애들 유령돼요"…시한부 베트남 엄마의 호소 ②학교 가려면 범칙금부터…강제퇴거 두려워 7살에야 어린이집 ③"국어시간이 제일 싫어요"…통역만으론 좁히기 힘든 학습 격차 ④필리핀 상위 5% 우등생도…한국 오자 꼬인 대학 진학의 꿈 (계속) "좀 더 필리핀에서 버티고 왔다면 차라리 더 좋은 대학교 갈 수 있었을 텐데…그런 생각이 들 때가 꽤 많았죠." 필리핀에서 태어나 자란 지하영(21)씨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직접 건물을 설계하고 지을 수 있는 건축가를 꿈꾸며 건축학과에 갈 계획도 세웠다. 대학 진학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지씨는 필리핀에서 상위 5% 안에 드는 우등생이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감염을 우려한 부모님은 지씨에게 한국으로 들어와 살 것을 권유했다. 예상치 못하게 한국으로 오면서 순조롭던 학업 계획도 틀어졌다. 지씨가 당시 한국에 오게 된 것을 아쉬워하는 이유다.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지씨는 한국 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필리핀 할머니 집에서 살며 한국어를 사용해 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부모님은 모두 일을 위해 한국에서 따로 살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에 온 지씨는 1년간 한국어 위탁교육을 받은 뒤 2학년부터 인천의 한 일반고에 다녔다. 그러나 짧은 위탁교육만으로는 시험 문제에 쓰인 한국어 문장들까지 완벽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성적도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아버지랑 매일 식탁에서 함께 공부했어요.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교과과목 내용을 모두 이해했더라도, 시험 문제 자체를 파악하기 어려워 문제를 풀 수가 없었어요." 언어 장벽은 낮은 내신 성적으로 이어졌고, 대학 진학도 어려워졌다. 이주배경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특별전형도 알아봤지만, 이번에는 지원 자격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 국적을 가진 지씨는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없었다. 필리핀에서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재외국민 특별전형도 해외 재학 기간이나 부모의 해외 체류 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할 수 없었다. 지씨는 "부모님이 이주배경학생 전형들을 열심히 알아봤지만, 대부분 조건이 맞지 않아 원서를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일반 수시전형으로 한 2년제 전문대학의 비즈니스영어과에 진학했다. 건축학과 진학을 꿈꾸던 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진로였다. 지씨는 "한국에 오면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씨는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공부하면서 회의감도 느꼈지만, 이제는 다시 꿈을 찾아 미술대학 편입을 준비할 계획이다. 그는 "원래 좋아했던 미술을 다시 공부해 보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한국인 계부 있지만 아직 국적도 없어…입시도 막막 베트남 국적의 부까오후옌짱(18)양도 대학 진학을 앞두고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 인천 계양구에서 만난 후옌짱양은 취재진의 질문에 서툰 한국어로 짧게만 답했다. 학교생활에 관해 묻자 "수업을 못 알아들어서…"라며 말을 흐렸다. 대학 진학처럼 복잡한 이야기는 한국인 계부 최원석씨가 대신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후옌짱양은 2023년 7월 한국인 남성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들어왔다. 전북 익산의 특성화고에 입학했다가 인천의 일반고로 전학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토픽) 4급을 취득했지만, 학교 수업은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최씨에 따르면 후옌짱양의 고교 3학년 내신 성적은 예체능 8등급, 나머지 과목은 9등급이다. 최씨는 "딸이 학교에서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한 채 하루 7시간씩 앉아 있는 고통을 말없이 견디고 있다는 게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 과정에서는 국적과 가족관계도 걸림돌이 됐다. 후옌짱양은 한국인 계부 최씨에게 법적으로 입양되지 않은 채 베트남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어머니는 최근 혼인귀화 면접에 합격한 상태로, 내년 초쯤이면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 이에 따라 후옌짱양도 곧 동반으로 한국인이 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적 취득을 기다리는 사이 대학 입시는 코앞으로 다가온 게 문제였다. 후옌짱양의 상황을 고려한 입학 전형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특별전형의 경우 부모가 모두 외국인이어야 해 아버지가 한국인인 후옌짱양은 지원할 수 없다. 이주배경 학생을 위한 특별전형이 있지만, 이는 한국 국적자만 가능해 '국적 취득 예정'인 후옌짱양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사실상 일반전형에만 의존해야 한다. 최씨는 "여러 대학을 알아봤지만 딸이 갈 수 있는 학교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최씨가 초조한 이유는 대학교 입학이 체류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외국 국적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경우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해야 체류가 연장된다. 후옌짱양이 국적을 취득하기 전, 대입 실패로 체류가 연장되지 않는다면 추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최씨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의 정원 미달 학과까지 알아보고 있다. 대학 진학뿐 아니라 한국어 교육도 가족이 직접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어 교육 학원이 따로 없는 상황에서 후옌짱양은 학교 밖에서 지자체 교육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그마저도 학교에서 출석을 제한적으로 허용해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씨는 "스스로 챙기고 알아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국어 익숙해져도…대입 서류·비용은 또 다른 장벽 대학 입시의 장벽은 한국에 늦게 들어온 이주배경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에서 공부하며 언어에 적응한 학생들도 대학 진학을 준비하면서 문턱을 마주한다.
이 요약은 매체의 공개 피드에서 5News가 수집한 것입니다. 전체 맥락을 포함한 전체 기사는 www.nocutnews.co.kr에 있습니다 — 콘텐츠 저작권은 Nocut News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