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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 “베네수 석유 매장량 절반 통제권”…유가 효과 불확실

Hankyoreh ·
트럼프 “베네수 석유 매장량 절반 통제권”…유가 효과 불확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석유 매장량의 절반을 통제하는 협정을 맺었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가려진 데다 그 효과와 이행도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여야 진영 모두가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밤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장관이 존경받는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고 민간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납세자의 부담 없이 베네수엘라의 확인된 석유 매장량 650억배럴 이상에 대한 과반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석유 협정”이라고 불렀으나, 협정의 구조, 대상 유전이나 참여 기업, 또는 미국이 어떻게 통제권을 행사할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은 성명에서 이번 협정은 확인 매장량 650억배럴 규모의 17개 유전 개발을 포함하고, 1천억달러 투자 및 2090억달러 세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피(AP)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베네수엘라 회사는 신규 회사를 설립해, 미개발 유전에 대한 100년 기간의 개발권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소유 지분 및 원가 구매 권리를 포함해 신규 민간 회사 지분의 55%를 확보하게 된다.

30일 뉴욕타임스 및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제2의 민간 석유회사인 ‘노스 아메리칸 블루 에너지 파트너스’(나벱·NABEP)'를 가족 소유로 두고 있는 알레한드로 베타누르트 로페스(46)와 협력하게 된다. 미국 정부가 국방부 산하 전략자본국을 통해 석유 개발을 지원하고, 베타누르트의 회사가 운용을 주도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베네수엘라 석유 확보를 위해 베타누르트와 협력해왔다. 베타누르트는 2010년대 전국에 발전소 건설 계약을 따내며,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볼리바르 혁명으로 이득을 챙긴 신흥 사업가 집단을 일컫는 ‘볼리바르의 아이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사업을 유전으로 확대해, 바베이도스에 본사를 둔 나벱은 현재 원유 하루 약 2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베타누르트는 부패 의혹으로 개인 은행 계좌가 10년 이상 취리히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올해 미 국무부는 스위스에 베타누르트에 대한 수사를 완화하도록 압박하고, 영국 정부에 그의 여행 제한 조처 해제를 요청했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계획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발등의 불인 국내 유가 인하에 효과가 없는 것을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작동할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석유 개발에는 수년간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데다, 베네수엘라 석유 시설은 노후화 및 경영 부실에 시달리고 있다. 또, 국가가 석유 산업 활동을 통제하는 베네수엘라의 법적·헌법적 난관도 존재한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확인된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나, 투자 부족, 관리 부실, 제재 여파로 현재 하루 생산량이 잠재력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약 125만배럴에 불과하다. 또, 베네수엘라 석유는 점도가 높은 초중질유여서, 소비 및 산업용 연료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시설과 처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 석유는 국제 원유 시장에서 1%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불확실성, 부실한 전력망, 제한된 수출 용량, 석유 산업에 대한 정부의 재량권 등의 걸림돌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투자가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미국 석유 메이저들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베네수엘라에서 유일하게 원유를 생산 중인 셰브론은 언급을 거부했고, 엑손모빌 역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기후·원자재 분석가인 데이비드 옥슬리는 에이피 통신에 “법적·안보적 보장이 제공되더라도 미국 석유 회사들이 선뜻 투자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며 “상업적으로 더 매력적인 기회가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친미 야당 진영도 비판에 나섰다. 가장 저명한 야당 인사인 후안 파블로 구아니파는 이번 협정을 추진한 로드리게스 정부를 겨냥해 “국가와 베네수엘라국영석유공사(PDVSA)를 파괴한 자들이 이번 협정에서 나오는 돈을 다루는 한, 우리는 진흙 위에 마천루를 짓고 있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국영석유공사 사장 및 에너지 장관을 지낸 차베스주의자인 라파엘 라미레스는 “우리 국가 역사상 가장 거대한 약탈”이라며 “국영석유공사의 종말이고, 단지 계약관리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29일 카라카스에서는 차베스주의자 등 좌파 세력들이 “양키들은 베네수엘라에서 떠나라”며 시위를 벌였다.

미국 라이스대의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전문가인 프란시스코 모날디 교수는 “단기적으로 생산량을 신속히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며 “올해 증산량은 20만배럴 미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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