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우파 패라지, 보궐선거 승리…2위 ‘쓰레기통 백작’ 27% 선전
영국 강경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의원직 사퇴 뒤 다시 출마한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정치 풍자를 하는 코미디언으로 패라지에 맞서 출마한 후보가 27% 가까이 득표하는 등 선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14일(현지시각) 잉글랜드 남부 해안 도시 클랙턴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패라지 대표가 62.8%를 득표해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코미디언 조너선 하비가 연기하는 풍자 후보 ‘카운트 빈페이스’(쓰레기통 얼굴 백작)는 26.7%를 얻었다. 투표율은 44%였다.
이번 보궐선거는 패라지 대표가 지난달 클랙턴 하원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열렸다. 본인이 사퇴한 지역에 다시 출마한 것이다. 패라지 대표는 타이(태국)에 거주하는 암호화폐 억만장자 크리스토퍼 하본에게 500만파운드(약 95억원)를 받고도 2024년 총선 당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의회 조사를 받게 되자, 유권자에게 다시 신임을 묻겠다며 의원직을 내놓았다. 그는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개인적으로 받은 선물이었기 때문에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패라지 대표는 선거 결과 발표 때 자신을 망신주려는 조직적인 방해가 계획됐다는 정보를 경찰로부터 들었다며 이날 개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예정했던 승리 연설도 취소했다. 그는 결과 발표 전 지지자들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도 무대에 올라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깎아내려 지고 모욕당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경찰이 패라지 대표에게 개표장 불참을 권고한 적은 없다고 보도했다.
이날 패라지 대표에 맞서 출마한 카운트 빈페이스 후보는 4분의 1 넘는 지지를 얻는 등 선전했다. 카운트 빈페이스 후보는 쓰레기통 모양의 투구를 쓰고 자신을 ‘은하계 우주 전사’라고 내세우는 풍자 정치인 캐릭터다. 하비는 이 캐릭터로 2019년 영국 총선에서 출마했고, 2021년에는 런던 시장 선거에 출마해 2만4천여표를 얻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아이스크림콘 가격에 상한선을 두고, 대중교통에서 스피커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징집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지난달 서베이션 여론조사는 패라지 대표가 73%, 카운트 빈페이스 후보가 20%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격차는 이보다 작았다.
영국 주요 정당들은 이번 선거를 ‘패라지 대표 개인을 위한 정치적 쇼’라고 비판하며 후보를 내지 않았다. 로라 리처즈그레이 런던 버크벡대 정치학 강사는 “주요 정당 후보의 불참으로 ‘국민 대 기득권’ 구도를 만들려던 패라지 대표의 시도가 힘을 잃었다”며 “패라지가 서사의 주도권을 잃으면서 전국적으로 역효과가 났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영국개혁당은 장기간 이어온 여론조사 선두도 최근 노동당에 내줬다. 지난달 앤디 버넘 총리 취임 뒤 노동당 지지율은 28%로 올라 영국개혁당(25%)을 앞섰다. 패라지 대표는 의회에 복귀한 뒤 재산 신고 조사를 다시 받게 된다. 규정 위반으로 결론이 나면 의원직이 정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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