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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제, 꼭 묘소에서 지내야 하나”···500년 전 퇴계가 내놓은 답은?

Kyunghyang Shinmun ·
“묘제, 꼭 묘소에서 지내야 하나”···500년 전 퇴계가 내놓은 답은?

묘제는 반드시 묘소에서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조선시대에도 절대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퇴계 이황은 여러 묘소를 일일이 찾아 제사를 지내기 어렵다는 제자의 고민에 재실이나 별도의 제단에서 여러 조상을 함께 모셔도 된다고 답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추석을 앞두고 ‘퇴계선생언행록’ 등 소장 기록자료와 안동지역 종가 사례를 통해 묘제와 묘소 관리 방식의 변화를 21일 소개했다.

2024년 우리나라 화장률은 94.0%로, 사망자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화장을 선택했다. 반면 국토교통부의 2025년 지적통계를 보면 지목상 ‘묘지’로 분류된 토지는 283.3㎢에 달한다. 서울 전체 면적의 46.8%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화장을 선택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지만 조부모와 그 윗대 조상의 묘소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장묘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이미 조성된 묘소를 누가, 어느 범위까지 관리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가족 규모가 줄고 후손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벌초와 성묘를 위해 여러 묘소를 찾아다니는 일도 쉽지 않아졌다.

국학진흥원이 소장한 ‘퇴계선생언행록’을 보면 퇴계의 제자 김부륜은 여러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다 보면 산을 오르내리느라 지쳐 정성과 공경이 흐트러질 수 있다며 재실에서 지방을 써 여러 조상을 함께 모시는 방안을 물었다.

퇴계는 “무방하다”고 답했다. 정결한 곳에 제단을 마련해 함께 제사를 지내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더욱 좋다”고 했다. 퇴계는 사람들이 묘제를 지낼 때 반드시 묘소를 찾지만, 이것이 본래의 예법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런 방식은 오늘날 안동지역 종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안동김씨 보백당종가는 20여년 전부터 산에 흩어진 묘소를 일일이 찾는 대신 재실에서 여러 조상의 묘제를 함께 지낸다. 진성이씨 퇴계종가도 종택 제청에 위패를 모시고 합동 묘제를 지낸다. 퇴계의 조부인 이계양을 불천위로 모시는 노송정종가도 10여년 전부터 종택 제청에서 묘제를 올리고 있다.

진성이씨 주촌종가는 묘소 관리 방식도 바꾸고 있다. 2016년 종택 뒤편에 추모 제단을 마련해 현재 조상 50여위를 함께 모시고 있다. 종손 이세준씨는 고조부 묘소까지는 벌초를 이어가되 그 윗대 묘소는 더 이상 벌초하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묘소를 파내 다른 곳으로 옮기기보다 그대로 두고 서서히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묘제를 묘소에서 지내야 할지, 묘소를 남긴다면 어디까지 관리해야 할지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고민”이라며 “추석을 맞아 남아 있는 묘소를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지도 가족과 함께 생각해볼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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