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 격퇴’ 이끈 시리아 쿠르드족, 자치정부 꿈 접었다···중앙정부 통합
2024년 12월6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 도시 하사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민주군(SDF) 총사령관 마즐룸 압디가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리아 쿠르드족이 10년 넘게 이어온 자치정부 수립의 꿈을 사실상 접고 중앙정부에 통합됐다. 이슬람국가(ISIS) 격퇴의 핵심 전력이자 미국의 동맹으로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해온 쿠르드계 무장세력 시리아민주군(SDF)이 중앙정부와의 휴전 합의 이후 8개월 만에 군사·안보·행정 조직을 국가기관에 편입하기로 한 것이다. 시리아의 영토 통합을 추진해온 중앙정부의 압박과 미국의 지원 철회가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AFP통신에 따르면 SDF 지도자 마즐룸 압디는 20일(현지시간) 북동부 카미슐리에서 열린 행사에서 “군사·안보·행정 기관을 국가 기관으로 통합하는 단계가 완료되고 끝났음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부터 우리는 새로운 단계를 시작한다”며 “헌법에 우리 인민의 권리를 견고히 새기기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SDF는 2015년 미국의 지원 아래 결성된 쿠르드·아랍 연합 무장세력이다. 시리아 내전 이후 이슬람국가(ISIS)가 세력을 넓히자 미국은 ISIS와 싸울 지상군 파트너로 SDF를 선택했다. 약 10만명의 전투원을 거느린 SDF는 라카 등 ISIS의 주요 거점을 탈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고, 2019년 ISIS가 시리아 내 마지막 거점을 잃는 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전쟁을 거치며 SDF는 시리아 북부와 북동부의 상당 지역을 장악했고, 이 지역에서 쿠르드족이 주도하는 사실상의 자치 행정체계를 구축했다. 쿠르드족이 시리아에서 자치정부를 세울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배경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고 아흐메드 알샤라가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알샤라 정부는 시리아의 분열을 막고 중앙정부 중심의 국가 통합을 추진하면서 SDF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지난 1월에는 정부군과 SDF 사이에 무력 충돌까지 벌어졌다. SDF는 이 과정에서 석유가 풍부한 북부·북동부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 여기에 핵심 후원국이었던 미국까지 시리아 중앙정부를 지지하며 지원을 줄이자 SDF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결국 SDF는 중앙정부와 통합 협상에 들어갔다. 알샤라 대통령은 1월 휴전 합의 과정에서 쿠르드족의 민족적 권리를 보장하고 쿠르드어를 국가 언어로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쿠르드족 입장에서는 일정한 권리 보장을 얻어내는 대신 사실상 자치권을 내려놓은 셈이다.
쿠르드족은 약 3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독립국가를 이루지 못한 채 튀르키예·시리아·이라크·이란 등에 흩어져 있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오랜 기간 언어와 문화 활동 등에 제약을 받아왔다.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에는 ISIS와의 전쟁을 계기로 세력을 키우며 미국의 주요 동맹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제 SDF의 독자적인 무장세력과 자치 행정체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쿠르드족 문제 전문가 무틀루 치비로글루는 AFP에 “SDF의 해체는 쿠르드족에게 비통한 종말을 의미한다”며 “시리아에서 쿠르드족의 영향력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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