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없이 혈세 1억 낭비·장비 방치…이집트 ODA '총체적 부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국가유산청이 수십억 원을 들여 추진해 온 이집트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된 사실이 자체 감사에서 드러났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인데도 사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업체 선정 과정부터 회계 처리 등 곳곳에서 문제가 확인돼 감사원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올해 2월 한국전통문화대의 '이집트 디지털헤리티지 구축 지원' ODA 사업을 조사해달라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국가유산청은 ▲ 국가 재정 낭비 ▲ 용역업체 선정 부정 ▲ 성과물 납품 부실 및 부정 ▲ 회계 부정 의혹 등을 명시하며 '실체적 진실'을 파악해달라고 감사원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집트 ODA 사업을 총괄해 온 국가유산청 국외유산협력과, 사업을 수탁받은 전통문화대 산학협력단, 이를 재위탁받은 A 기술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명시했다.
문제가 된 사업은 전통문화대 산학협력단이 2023년 4월부터 2025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한 '디지털 헤리티지센터 구축 지원' 사업이다.
국가유산청은 2022년 이집트 국가유물최고위원회와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룩소르, 카이로에서 5년간 약 176억원을 들여 ODA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이 중 카이로 사업은 이집트의 문화유산 정보를 디지털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고, 디지털 헤리티지 센터 구축 및 주요 박물관 유물을 데이터베이스(DB)로 정리하는 사업 등을 포함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 자체 감사 결과, 디지털 ODA 사업 전반에 걸쳐 업무를 부실하게 처리했거나 위법 혹은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사례가 10건 이상 적발됐다.
예를 들어 국가유산청은 ODA 사업에 나서기 전 타당성 여부를 조사해야 했으나 민간 위탁 계약을 체결한 뒤에야 연구개발(R&D)을 위임해 사업이 지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가유산청은 "심층 조사 시 세금 문제 등을 ODA 대상국과 협의해 면제되도록 해야 했으나 부가세를 이집트 정부에 납부해 국가 재정 1억원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전통문화대는 2022년 이집트 ODA 사업 실태 조사를 진행하면서 A 기술연구소 직원에게 출장비와 자문료를 지급하지 않은 채 업체가 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유산청에서 근무하다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ODA 사업 실무 전반을 책임진 한 교수의 경우, 교수 채용에서 공직자 이해 충돌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디지털 DB로 구축하겠다고 계획한 유물 3만6천여 건 중 일부는 사업을 진행하기 전인 2015년에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고, 장비 교육도 부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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