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부지로는 안 판다"…376억원 거절한 美시골 모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야심이 수백억 원을 거절한 촌부(村婦)들의 결정에 가로막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켄터키주 메이즈빌에서 2천648만 달러(약 376억원)의 보상금을 거절하고 데이터센터 대지 매입에 제동을 건 두 모녀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델시아 베어(54)와 아이다 허들스턴(83) 모녀는 이곳에서 한평생을 살아왔다. 1848년 허들스턴 가문이 농지를 매입했고, 200년 가까이 소를 키우거나 건초·담배 등을 재배하며 가정을 꾸려왔다.
지난해 돌연 정체불명 회사가 베어의 땅 가운데 463에이커(약 187㏊)를 에이커 당 4만8천 달러에, 허들스턴 소유의 부지 71에이커(약 29㏊)를 에이커당 6만 달러에 매입하겠다고 제안서를 보냈다. 이는 현재 시세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어마어마한 금액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베어와 허들스턴 모녀는 자신들의 땅이 2.2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부지로 쓰인다고 하자 계약을 철회했다.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고 토지 소유자에게 막대한 보상금이 돌아가지만, 소음은 물론 물·전기 사용량이 급증해 주변 주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베어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파괴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내가 이 땅에서 물러나 여기가 AI 허브가 된다면 나는 '심판의 날'에 자리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액의 보상금과 신념이 걸린 만큼 한 자매가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싸우기도 하고, 마을 회의는 항상 비난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웃끼리 서로 소송을 하기도 한다고 WSJ은 전했다.
대표적인 찬성론자인 타일러 맥휴 메이즈빌 경제개발국장은 데이터센터가 건설되면 정규직 일자리만 400개, 건설 일자리는 수백 개가 생겨날 것이며, 마을 예산도 2∼3배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베어와 반대파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고 매매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이에 따라 대지를 팔기로 했던 찬성파 농부들은 수천만 달러를 받지 못하게 됐다.
맥휴 국장은 "주민 20%는 반대하며, 20%는 찬성하고 60%는 어떻게 마무리되든 더는 이 일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08/17 04:34 송고 2026년08월17일 04시34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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